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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속의 인문학(1):고흐의 농부화
 
 : gjvillage  : 53 : 19-03-09 04:30:17  

그림 속의 인문학(1)

빈센트 반 고흐 농부화

  •  철학자 플라톤(Platon)은 예술을 저급한 것으로 여겼다. 그에게 참된 것은 이데아(idea)이며, 이데아는 원형이며 실재이다. 현실은 이데아의 그림자, 즉 ‘모방’(mimesis)에 불과하다. 그런데 예술은 이데아의 모방인 현실에 대한 모방이다. 그러므로 예술은 이데아에서 두 단계나 멀리 있는 저급한 것이다.

  • 이러한 플라톤의 예술론은 그의 제자라고 할 수 있는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에 의해서 반박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것이 질료(hyle)와 형상(eidos)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한다. 질료는 대상을 이루는 물질이며, 형상은 대상을 있게 하는 본질이다. 그는 현실에 대한 모방인 예술이 본질이라 할 수 있는 형상을 발견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 그래서 그는 예술을 학문의 영역으로 승격시켰다.(물론 여기서 ‘제작지’에 관한 논의를 해야 하나, 지면 관계상 생략한다.)

  •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M. Heidegger)는 예술을 존재자의 존재를 계시하는 매개로 여겼다. 존재는 존재자를 있게 하는 근원이다. 존재는 자신을 존재자를 통해서 나타낸다. 하이데거는 빈센트 반 고흐의 농부화를 통해서 존재의 계시를 설명해 낸다.

  • 우리는 고흐를 ‘태양의 화가’라고 부른다. 그는 인상주의 화가로 태양 빛에 반사된 대상을 노란색을 바탕으로 해서 그려낸다. 그에게 노란색은 성숙함(?)을 상징한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황금색 들판과 황금색 이삭들, 황금 빛 가을 등은 노랑의 이상주의적 유토피아가 담겨져 있다.

  • 농부의 삶의 고난이 재현된 농부의 신발에도 노랑은 깔려있다. 고흐는 단순히 황금빛 들녘에서 일하는 농부의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했을까? 고흐는 신발 그림을 여러 편 그렸다. 그가 그 신발 속에서 표현하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고흐는 단순히 대상의 재현을 넘어서, 삶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하이데거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존재자를 통한 존재의 목소리이다. 고흐가 그린 농부의 신발은 농촌 들녘으로 일하려 나가는 농부의 고통소리가 난다.

  • 신발이라는 존재자는 자신의 존재를 그림을 통해서 계시하고 있다. 그래서 하이데거는 이것을 ‘존재의 계시’ 혹은 ‘존재가 자신을 나타냄’(비은폐성)이라 말한다. 신발이라는 도구의 거친 무게에는 자연과 힘겨운 싸움을 하며 밭고랑을 걷는 농부의 강인함과 삶의 여정이 숨 쉬고 있다. 그림 속의 신발은 단순히 도구로서 신발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황량한 대지와 싸우는 농부의 삶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그의 신발에는 해질녘 들길의 고독이 있으며, 무르익은 곡식의 부름이 있다. 곧 고흐의 농부화는 세계와 땅에 관한 삶의 무게를 재현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이 그림은 땅의 소리 없는 부름에 응답하며 나아가는 농부의 삶의 태도와 자신의 세계에 대한 강한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 그림은 단순히 대상에 대한 모방을 넘어서, 존재자가 자신을 있게 하는 존재의 목소리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한 장의 그림 속에서 존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림은 우리에게 다양한 말을 하고 있다. 땅의 소리와 영혼의 소리, 그리고 빛의 소리와 탄식을 전하고 있다. 그러므로 한 장의 그림을 읽어내는 것은 인문학의 확장이다. 인문학을 인간에 관한 학문으로 정의할 때, 그림은 대상의 지시를 넘어서 다양한 삶의 지평을 확장시키고 있다. 곧 나와 다른 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그림 속의 인문학은 이렇게 타자의 삶을 이해하고 동감하는 길로 우리를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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