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국제영어마을

   고전읽기:김동인 [감자]
 
 : gjvillage  : 242 : 16-09-08 08:17:13  


광주국제영어마을

인문학강의


김동인 『감자』

-복녀는 복녀인가?-


Thomas Kim

1. 첫 번째 성이야기: 도덕과 환경


복녀, 그녀는 가난했지만, 엄한 규율을 지닌 가정에서 자랐다. 그래서 그녀의 몸속에는 도덕이라는 관념이 그림자처럼 남아있었다. 그녀는 15세에 동네 홀아비에게 80원에 팔려서 시집을 가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무능하고 게을러서 가난의 짐을 고스란히 복녀에게 넘어갔다. 남편은 남의 집에 머슴살이도 성실히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와 남편은 칠성문 밖에 거지들이 모여 사는 한 부락에 거주하였다. 그들에게는 도덕과 윤리는 존재하지 않고 오직 하루하루의 생존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어느 덧 열아홉 살이 된 복녀는 기자묘 솔밭에서 송충이를 잡는 일을 하게 된다. 이 일에 빈민굴의 모든 여인들이 지원했으나, 뽑힌 것은 겨우 오십 명쯤이었다. 여느 사람처럼 복녀도 처음에는 열심히 송충이를 잡았다.


그러나 대엿새가 지난 후에 그는 이상한 상황을 목격한다. 젊은 여인 중에 어떤 사람은 일을 하지 않고도 돈을 버는 것이다. 송충이를 잡은 대신에 몸을 파는 일이다. 복녀는 그날부터 일을 하지 않고도 공전을 많이 받는 인부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작가는 이때부터 복녀의 도덕관 내지 인생관이 변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전에 외간 남자와 관계 맺는 것을 상상도 해보지 않았던 그녀가 손쉽게 돈을 버는 직업을 알게 된 것이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몸이 돈이 됨을 발견했다.


복녀가 남자를 안 뒤로 얼굴에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변화되고 있는 복녀를 그녀의 남편은 아무거리낌 없이 바라보며, 오히려 돈이 더 생기게 됨을 기뻐했다. 그녀에게 이제는 더 이상의 도덕의 그림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은 이렇게 환경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그녀 안에 존재했던 도덕의 그림자는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가?


Ⅱ. 두 번째 성이야기: 감자와 성


가을이 되면 빈민굴의 여인들은 칠성문 밖에 있는 중국인 밭에 가서 감사와 배추를 도둑질하러 간다. 감자는 일반 서민의 상징이다. 김동인의 작품 속에서 ‘감자’는 계급적 갈등의 단초이며 성의 메타포이다. 감자와 성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복녀에게 감자는 또 다른 성 이야기의 출발이다. 복녀는 빈민굴의 여인처럼 중국인 밭에서 감자를 도둑질한다. 어느 날 그녀는 한 바구니 감자를 담아오다가 중국인 왕서방에 들키게 되고 그와 육체적 관계를 하게 된다. 그녀는 감자만이 아니라, 왕 서방을 통해서 돈 삼원을 손에 쥐게 된다. 그녀는 돈 삼원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남편과 함께 왕서방 이야기를 웃으며 말한다.


그 뒤부터 복녀에게는 또 다른 직업이 생겼다. 감자 밭 주인 왕서방의 집은 그녀의 안방이 되었고, 그녀의 직장이 되었다. 이제 억압받았던 그녀가 성을 매개로 왕 서방을 소유하고자 한다. 즉 왕 서방은 그녀의 감자이며, 성적 소유물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감자 밭의 주인은 왕 서방이다. 그녀는 성을 매개로 감자를 손쉽게 먹을 수는 있었지만, 소유관계의 변화로까지는 진전시키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왕 서방이 ‘감자 캐는 여인’(?)을 바꾸고자 한다. 즉 왕 서방은 돈 백 원에 어떤 처녀를 새 부인으로 사온다. 복녀에게는 감자의 박탈이 현실로 다가 온 것이다. 그녀에게 감자의 박탈은 생존의 박탈이며, 성의 상실이다. 이제 그녀에게 남아있는 것은 자신의 감자를 지키는 일이다. 복녀는 왕 서방의 색시가 오는 날 그곳에 찾아가서 싸우게 되고, 그 과정에 낮으로 왕 서방을 죽이려 한다. 그러자 왕서방이 그녀의 낫을 빼앗아, 역으로 그녀를 죽이게 된다.


결국 감자는 그녀를 죽음으로 끝나게 한다. 몇일이 지나서 복녀의 시체는 왕 서방의 집에서 남편의 집으로 옮겨진다. 그리고 시체 주위에는 세 사람이 모인다. 왕서방, 복녀의 남편, 그리고 한방 의사이다. 복녀의 남편 손에는 십 원짜리 지폐 세장이, 한방 의사의 손에는 두 장이 주어졌다. 그리고 복녀는 뇌일혈로 진단받고 공동묘지에 옮겨지게 된다.


Ⅲ. 자연주의 문학과 복녀


김동인의 『감자』는 넓은 의미에서 보면 계급갈등의 모습을 담고 있다.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자와 자본을 소유하지 못한 자와의 갈등을 그려내고 있다. 자본이 없는 복녀는 어느 날 자신의 몸이 자본이 될 수 있음을 발견한다. 여기서 몸은 성의 상품화된 몸이다. 처음부터 그녀가 자신의 몸을 상품화하지는 않았다. 아니 몸을 상품화할지를 몰랐다. 그녀는 단지 한 남자의 여자로서의 삶을 살았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몸이 성적대상이 되고, 자본이 된 것은 환경이었다. 그녀를 감싸고 있는 삶의 환경이 그녀를 변화시킨 것이다.


자연주의 문학은 인간이 환경에 의해 지배당하고 변화됨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자연주의 문학은 환경에 예속되는 인간을 초월적 절대자에 의지한 구원의 메시지를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단지 그 환경 속에서 매몰되고 파괴되는 인간의 모습을 슬픈 시선으로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자연주의 문학은 아프다. 김동인의 『감자』역시 복녀라는 여인을 통해서 한 여자가 생활환경에 의해서 어떻게 지배당하고 있는가를 슬픈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복녀’란 이름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복 있는 여자’이다. 가난했던 부모는 딸이 ‘복 있는 여자’가 되길 원하는 마음에서 복녀라 이름 지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동인의 『감자』는 ‘복 있는 여자’도 환경에 어쩔 수 없는 존재임을 말해주고 있다. 복녀는 단지 이름뿐이 복녀가 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감자 속의 복녀는 기호뿐이다. 이것은 자본 매커니즘 속에 인간은 단지 기호임을 암시한다.


우리는 거대 자본의 환경 속에 살고 있다. 우리는 이 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다양한 감자 캐는 법을 배운다. 그러나 결국 감자 밭을 소유하고 있지 않는 자는 또 다른 감자 캐는 자에 의해서 대치될 뿐이다. 다시 말해서 복녀와 같은 우리는 어느 날 이름뿐인 복녀처럼 자본의 노예로 전락되어 공동묘지의 한 줌의 흙이 될 것이다. 여기서 ‘복녀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된다. 자연주의 문학은 자연과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삶의 이야기를 그려주며, 그 비극이 나의 삶의 이야기로 전환시키고 있다. 

 

■ 생각해볼 문제


○ 자연주의 문학과 리얼리즘 문학의 차이는 무엇인가?


○ 자신의 환경을 바라보고, 그 환경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순응 혹은 예속되어 가는가를 생각해 보자.


list
Thomas Kim 철학에세이:로고테라피로가는 첫번째 이야기
고전읽기:오세암(정채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