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국제영어마을

   고전읽기:어린왕자2
 
 : gjvillage  : 171 : 16-09-06 08:13:59  

 

인문학: 고독한 실존의 극복

- 길들이기 -


현대인들은 고독하다. 익명의 존재를 좋아하지만, 그 익명성 속에서 더욱 고독을 느낀다. ‘홀로 있음’을 좋아하지만, ‘그 홀로 있음’ 속에서 더욱 쓸쓸함을 느끼곤 한다. 그 고독을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관계 맺기를 시작한다. 나의 휴대폰에는 수많은 사람의 연락처가 내재되어 있다. 휴대폰은 수많은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고독하다. 그것은 무엇인가? 버튼만 누르면 연락되고 만날 수 있는데 여전히 고독하다. 그 이유를 어린왕자는 서로가 길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라 한다.


길들인다는 것은 무엇인가?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생활은 햇빛이 드는 것처럼 환해질 거야, 난 다른 모든 발소리와는 다른 한 가지 발소리를 분간할 수 있게 될 거야, 다른 발소리를 들으면 난 얼른 굴 속으로 들어가겠지. 그렇지만 네 발소리를 들으면 마치 음악 소리를 들은 듯이 굴 밖으로 뛰쳐나올 거야, 그리고 저길 봐!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난 빵을 먹지 않아. 밀은 나한테 아무 소용이 없어. 밀밭을 보아도 머리에 떠오르는 게 아무 것도 없거든. 그건 서글픈 일이지! 하지만 너는 금빛 머리카락을 가졌어 그러니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멋질거야! 금빛으로 무르익은 밀을 보면 네 생각이 날 테니까. 그럼 난 밀밭을 지나가는 바람 소리도 사랑하게 될 거야......”


친구가 된다는 것은 서로에게 길들어지는 것을 말한다. 길들어진다는 것은 서로에게 의미가 되는 것이다. 유일하고 고유한 의미가 되는 것이다. 시인 김춘수는 ‘꽃’이란 시에서 관계 맺기, 혹은 의미되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 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그렇다 길들어진다는 것은 서로에게 꽃이 되는 것이다. 세상에 유일한 꽃이 되는 것이다. 많은 장미꽃 중에서 나와 관계 맺는 장미가 유일한 장미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라는 말은 ‘나에게 친구가 필요하다’는 또 다른 언어이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즉 서로에게 의미가 되고 싶다는 말이다. 우리는 고독하다. 리즈만은 현대인의 군상을 ‘군중 속의 고독’이라 표현하고 있다. 그런 우리에겐 서로에게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은 친구가 필요하다.

 

여우의 고백처럼 서로가 길들어졌을 때, 우리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 구별된 서로를 발견할 수 있다. 그의 발소리 그의 숨소리 조차도 구별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된다.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서로에게 그런 소중한 자가 되길 원했다. 그러면서 네가 나를 길들이면 금빛 무르익은 밀밭을 보면 너희 금빛 머리카락을 생각하고 밀밭 사이를 스치는 바람소리조차도 사랑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나는 이 대목이 너무도 맘에 든다.


누군가에 이런 존재로 기억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를 생각할 때 마다, 그를 떠오를 때마다 기쁘고 그 모든 것을 사랑하게 한다면, 이것만큼 감사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여우는 어린왕자와 그런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나는 이런 친구가 그립니다. 현대인은 너무 시간이 없어서 이런 친구를 만들지 못하고 살아간다. 심지어 친구도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듯이 사고 싶어 한다.


그러나 친구는 백화점의 물건과는 사뭇 다르다. 만일 우리가 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르듯이 친구를 만든다면, 그것은 그 친구를 소유물로 삼는 것이다. 친구는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시간을 드리고 정성을 드려서 서로를 길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여우는 우리에게 서로를 길들어서 친구가 되는데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인내’임을 알린다. 그것도 “아주 참을성 있게 말이다.”


여우와 어린왕자의 대화를 살펴보자.


“아주 참을성이 많아야 해” 여우가 대답했다. “우선 내게서 좀 떨어져서 이렇게 풀밭에 앉아 있어 내가 곁눈질로 너를 슬쩍 바라볼 거야. 그럼 넌 아무 말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말은 오해를 낳는 거니까 하지만 넌 날마다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게 될 거야...”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친구가 되려면 아주 참을성이 많아야 함을 알린다. 그렇다. 친구가 되기 위해서 오래 참아야 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은 오래 참음에서 시작하여 모든 것을 견딤으로 완성된다(고전13:4-7).

여우는 우리에게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을 두고 조금씩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가기를 권한다. 그리고 가급적 말을 많이 하지 않기를 원하다. 그렇다. 말은 가끔 오해를 낳아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 서로의 길들이기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기도 한다.


두 번째로 여우는 서로가 약속하기를 원한다.


다음날 어린 왕자는 다시 거기로 갔다. “같은 시간에 왔으면 더 좋았을 걸” 여우가 말했다. “가령,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벌써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가 되면 난 벌써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알게 되겠지! 그러나 네가 시간을 정하지 않고 아무 때나 오면 나는 몇 시부터 마음을 곱게 단장해야 하는지 통 알 수 가 없잖아”

 

우리가 서로 길들어지면 약속시간이 그리워진다. 그 시간이 가까워지면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빨리 보고 싶기 때문에, 그 시간이 더욱 그리워진다. 이렇게 서로에 길들어진 시간은 행복을 알리는 마음의 시간이 된다. 오늘날 우리의 만남이 이런 길들임의 만남이면 얼마나 좋을까? 어린 왕자는 물리적 시간에 억매여 행복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 행복의 시간, 마음의 시간을 전하고 있다.


서로를 길들어서 진짜 친구를 만들어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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